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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아들에게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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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06-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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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아들에게 쓴 편지

군에 간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가 가능했던 날들로부터 지금까지 서른통의 편지를 보냈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블로그에도 남긴다.

아들에게, 첫 편지 태윤아! 네가 입대한지 오늘로써 열흘이 되었네 ^^ 지난번 통화한 후에 나도, 엄마도, 그리고 다른 식구들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 당연히 잘 지낼거라 믿었지만, 그래도 밥은 어떤지, 샤워 문제 등등 궁금한게 많았는데 10분 통화 속에서 많은 걸 알게되었구나. 오늘이 7월 7일, 공교롭게도 아빠는 1994년 7월 7일이 제대하던 날이었단다. 너무 까마득해서 그런 날이 너에게도 올까 싶겠지만 곧 온다. 거짓말처럼 ^^ 너가 군에 간 후 엄마의 생활패턴은 조금 바뀌었어. 아빠랑 같이 매일 한강을 걷고 있다.아빠는 원래대로 선착장까지, 엄마는 잠실대교 조금 지나서 혼자 쉬다가 다시 만나서 오고 있어. 덕분에 일주일 조금 지났는데도 엄마 볼살이 눈에 띄게 홀쭉해지기 시작하는 중이다.ㅎㅎ 같이 걷다보면 항상 너 얘길 하고 있더구나. 나도 엄마도. 군대란 곳이 어찌 생각하면 참 기묘한 곳이란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알게 해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하나,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런 사람들과 적절하게 타협하고, 별탈없이 지내는 법을 미리 배우는 곳이기도 해. 어차피 나중에 사회에 나오면 부딪힐 일들을 미리 하는 셈이지. 둘, 모든 게 내 마음 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것들이 생기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게 좋을거야. 그래서 군대는 자유의 소중함을 가장 뼈저리게 알게 해주는 곳이면서, 동시에 다같이 지키는 규칙이 왜 필요한지도 알려주는 곳 같아. 울 아들은 이미 이 두가지 모두를 참 잘해내고 있었지만, 군대라는 환경이 조금 더 쎄게 너에게 알려줄지도 모르겠구나. 혹시라도 뭔가 정리가 잘 안되거나 힘들면 언제든 아빠에게 말해주렴.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보자. ^^ 아, 당장 위문편지 쓰는것도 두가지 조건을 충족해야한다는 걸 알게되었구나. 라인수와 글자수를 조화롭게 해야하는거네 ㅎㅎ 난 너 보기 편하라고 문단을 나누었는데....그렇게하니 몇글자 못써서 지금 죄다 수정했다.^^;; 이렇게 맞춰가며 지내야 한다는 걸 알게 해주는 곳이 군대란다. 잡다한 소식 몇가지 전해줄게. 엘지는 이형종과 정주현이 2군으로 갔다.ㅋㅋ 엊그제 경기에선 한화에게 2:6으로 지다가 9회말 투아웃에서 홍창기가 정우람에게 역전 2루타를 치며 7:6으로 이겼다. 오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212명이 나오면서 4차 대유행이 시작될거라며 뉴스가 난리가 아니구나. 잠잠해질듯 싶더니만 만만치 않구나. 결과적으로 너의 입대 시기는 매우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ㅋㅋ 유재석이 소속사를 유희열의 안테나로 옮겼다. 계약금만 100억이란다. 역시 유느님이다.^^ 이제, 엄마랑 한강으로 걸으러 나간다. 내일 또 편지하마. 건강해라, 특히 마음 건강한 날들이 되길 바란다. 사랑해 아들!

2021. 7. 7 아빠가.

아들에게, 두번째 편지 아들에게, OOO번 훈련병! 신기하지? 이름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불린다는 사실이?ㅎㅎ 아빠는 그 옛날 47번 훈련병이었어.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 제법 강렬했던 기억인건 분명한가봐. 사실 같이 지내던 동기들 중 몇몇은 아직도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니까. 나중에 연락이 되는 건 아니지만, 마음 속에는 오래 남는거 같아. 이 편지를 읽는 순간에도 국방부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으니, 조바심따윈 잠시 밀쳐두고 그냥 하루하루를 잘 보내면 좋겠구나. 지난번 통화중에 네가 했던 말 중에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신기했던 말이 있어. 취침시간에 바로 안자고 한시간쯤 있다가 잠든다는 말, 그런데 시간이 아까웠다고 했던거 같은데. 아마도 나만의 생각, 나만의 시간, 뭐 그런 의미라고 생각되는구나. 사실 아직 격리(지금쯤은 끝났겠지?)중이라 훈련 강도가 약해서 잠을 조절(?)이용 가능한건지도 모른다.ㅎㅎ 야외 훈련이 본격 시작되면, 1분이라도 더 자고 싶을지도.^^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무슨 일이든 마음 건강한 쪽을 선택하길 바래. 엄마는 요즘 하루 두번 운동을 한다. 본의 아니게 ㅋㅋ 아빠랑 오전에 한강 걷기를 하고, 용진 엄마가 너가 입대후 더 자주 연락이 오면서 저녁에는 용진엄마랑 같이 자전거로 한강을 다시 가더라. 상상해봐라. 엄마는 자전가를 탄후 거의 초죽음이 되는듯 싶다.ㅋㅋㅋ 자연스럽게 밤에 엄청 일찍 잔다. 엄마는 특별한 드라마가 없는한 10시면 방으로 들어가고 12시면 잠이 들곤 한단다. 너 입대전에는 항상 한시 넘어서 잤는데. 어쨌거나 엄마는 살 빠지는 중이다.ㅋㅋㅋ 엄마의 날씬한 모습 기대해라.^^ 어제 오늘 코로나 확진자가 1천명이 넘으면서 4단계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저녁 6시 이후는 2인까지만 만날 수 있다는구나. 너가 좋아하는 코노도 영업이 힘들거 같고. 4차 대유행이 제발 아니였으면 싶지만. 상황은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는구나. 초중고 학교들도 당분간 온라인 수업으로 바뀐걸 보니 2학기 대면수업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너의 첫휴가 전에는 모든 상황들이 진전될거라 믿는다 ㅎㅎ 왜냐면 백신 맞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는거 같아. 아빠랑 엄마는 이달말쯤 예약하고 아마도 8월초에는 백신 접종을 할듯 싶구나. 백신 맞은 부모는 면회가 되고, 군인들도 백신 맞으면 휴가 및 외출도 되고하면 좋겠구나.(그렇게 되리라 믿어본다.^^) 학생으로만 살다가, 군인으로 산다는 건 전혀 다른 삶일거야. 그렇게 나중에 제대를 하면 다시 학생이 되고, 다시 직장인을 준비하는 진행 방식을 맞이하겠지. 여러 의미로 군대는 다양한 연습을 하는 곳이기도 해. 비록 너무 많은 시간을 뺐는 느낌이지만, 그건 도리없는거고. 연습은 연습일뿐이니 스트레스 받지말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면 좋겠구나.^^ 나중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 순간순간 군대와 비교하는 날들이 온단다. 어떤 경우든 다 별게 아닌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거야.^^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또 편지하마. 사랑해 아들!

2021. 7. 8 아빠가.

아들에게, 세번째 편지 아들에게, 이 편지를 어느 시간쯤에 받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 시간에 줄거 같은데. 편지란게 참 신기해서 어느 시간에 쓰느냐도 중요하고, 어느 시간에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또 많이 다른거 같아. 아빠는 항상 아침에 편지를 쓰고 있단다. 예전에 엄마랑 연애할 때도 주로 아침에만 편지를 썼다. 너무 감성적이지 않게, 조금 더 담백하게 쓰고픈 마음에서.ㅎㅎ 너도 그냥 담백하게 읽어주길 바래. 어제는 너와 두번째 통화를 했구나. 너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보통은 10분인거 같은데, 그 시간이 어찌보면 굉장히 짧은듯 해도 막상 통화를 해보면 그럭저럭 할 말은 다 하게 되는거 같구나. 어제 너가 말한 것처럼 협력자들과도 통화하고, 주어진 시간에 꼭 나나 엄마에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잘 활용하길 바란다. 왜 그런거 있잖아? 부모한테는 마냥 힘들다 말하기는 좀 뭐한.ㅎㅎ 하지만 친구들한텐 마음껏 말할 수 있으니 그렇게 말하면서 스트레스가 또 좀 풀리지 않을까 싶다. 어젠 너가 보내온 소포를 받았다. 신발 깔창이 돌아온 걸 보고 엄마가 어찌나 아쉬워하던지.ㅎㅎ 군화가 굉장히 불편할텐데. 아직은 야외 훈련전이라 깔창이 별로 의미없어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신어야 할 신발 중에 군화보다 더 불편한 신발은 없지 싶다. 아마 군대도 비슷한 의미일거야. 가장 불편한 일상들이 반복되는 곳, 그런데 이게 도저히 그럴거 같지 않은데 익숙해진다는게 그저 신기하더라. 그렇게 하나 둘 적응하다보면 어느새 제대할 날이 올거야.^^깔창은 지금 당장은 보내왔지만, 자대로 간 이후에 다시 필요할 수도 있으니 언제든 필요하면 말해라. 다시 보내주마. 아, 점호할 때 누가 보고하냐? 예전엔 돌아가면서 했던거 같은데. 왜 예전에 진짜사나이에서 박명수가 버벅대는 걸 보고 미친듯이 웃긴 했지만, 그게 막상 현실에선 쉽지 않거든. 혹시 너도 해야한다면 한가지만 기억해라. 너무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혀가 꼬인다. 그냥 속으론 편한 생각하면서 해야 잘 할 수 있다. 다음 통화때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꼭 물어보고 싶구나. 우리 땐 박명수 만큼이나 많이 웃음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몇마디 안되는 그 보고가 정말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여기까지, 사랑한다 아들!

2021. 7.

아들에게, 네번째 편지 아들에게, 더캠프 '훈련병스케치'라는 카테고리에 사진이 올라왔구나.^^ 푸근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구나. 같은 방을 쓰는 동기들도 다들 인상좋아 보이고. 강릉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사진 캡처해서 보내드렸다. 할아버지는 벌써 답장이 왔다. 좋아하시는구나.ㅎㅎ 폭풍 검색을 해봤다.ㅎㅎ 꿈의 사단이라고 알려진 아주 유명한 곳인가 보더라. 사단 중에는 가장 편한 곳으로 알려졌다고 하는구나. 아무리 편해봤자 군대겠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론 좋은 곳이라 여겨진다. 17사단에서도 어떤 자대를 배치받느냐에 따라 또 다르겠지만. 여튼 좋은 결과인거 같구나. 오늘이 토요일이니, 훈련소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주말이겠구나? 지난주까진 격리때문에 어떤 주말이었는지 모르겠다만, 이제 정상적인 주말이 되면서 그곳의 풍경은 또 어떤지 궁금하구나. 아빠때는 종교행사에 목숨걸고 참가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종교행사가 없을거 같구나. 여긴 4단계 시행으로 난리가 아니지 싶다. 어차피 엄마나 아빠는 잘 다니지 않으니 별 상관은 없지만. 역대급 확진자수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NC다이노스 선수 2명이 확진되었다. 1군 선수도 드디어 발생하기 시작한 셈이다. 7월이 여러가지로 고비가 될거 같구나. 잘 먹고, 잘 씻고, 잘 자고. 먼저 군에 간 친구들이 말해준것처럼, 너무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으면서 지내길 바란다.^^ 네 사진을 이리보고 저리보면서, 오늘은 아마도 여러번 더 볼거 같구나.ㅎㅎ 조금만 지나면 실제로 얼굴 볼 수 있을거라 믿는다. 그때까지 너도, 나도 서로 잘 지내자꾸나. 사랑한다 아들.

2021. 7.10 아빠가.

아들에게, 다섯번째 편지. 아들에게, 일요일 아침, 여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구나. 거기도 비가 오려나? 이제 내일부턴 본격적으로 야외에서 훈련을 시작할듯 싶은데...이 편지 받을 쯤이면 실질적인 첫 훈련을 받았으려나? 힘들지? 태어나서 한번도 안해본 훈련들을 받는게 결코 쉽지 않을거야. 자꾸 힘내라는 말도 참 그렇다만, 늘 요령껏 하는 걸 잊지 않길 바래. ^^ "한동안 혜어져 산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인간관계였든, 지금까지 자기가 처해있던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훌륭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야. 너에게 지금 딱 와닿는 말이 아닐까 싶으네. 사실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넌 이미 스스로를 잘 바라보고 있는듯 하지만, 그래도 또 한번의 계기로 받아들이면 좋을거 같아. 아빠가 군생활 할때 면회를 와 준 친구가 바로 그 일산에서 학원하는 친구야. 40년 가까운 우정을 이어가는 건 그렇게 작은 단초들이 서로 모여서 이용 가능한게 아닌가 싶어. 충분히 좋은 친구들을 두고있지만, 군대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준원이도 진우도 더 탄탄해질 수 있을거야. 아, 그러고보니 오늘은 친구들이랑 통화를 한다고 했었지?^^ 서로 많이 웃었을거 같은데 ㅎㅎ 통화는 어땠는지 궁금하구나. 너 입대전에 진우 녀석 목소리가 더 밝아졌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훈련소 친구와 통화하면 더 밝을려나? 진우도 군인이라 통화 못했나? 어젠가 오늘인가 용진이는 휴가 나온다고 하더라. 울 아들도 그렇게 휴가 나올 날, 곧 올거라 믿어. ^^ LG트윈스는 지금 5일째 야구가 멈췄다. NC에 이어 두산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자꾸만 경기가 취소되는 상황이야. 오늘은 할 수 있을지. 리그 전체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만, 그렇게까진 안할거 같고. 경기수가 줄어드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상병이나 병장쯤 되기전엔 프로야구엔 전혀 눈이 안갈수도 있을거야 ㅎㅎ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이 집이 조용하구나.ㅎㅎ 너가 부르던 노래들, 너랑 함께 나누던 수다들, 벌써 그리워진다. 어제 놀면뭐하니 100회 특집으로 이런저런 노래 들으니 니 생각이 더 많이 나더라. 보고싶구나. :) 아, 대박사건! 애드시런 알지? 글쎄 놀뭐로 동영상으로 인사를 보낸거야. MSG워너비 노래 너무 좋다고, 자기도 같이 작업하고 싶다면서. ㅎㅎㅎ 진짜 놀랍지 않냐? 바라만본다는 클래식하고, 나를 아는 사람은 자기가 쓰면 이럴거 같다면서....정말 놀랍게도 2집 작업이 가능해질듯 하고, 그것도 애드시런과 함께 할수 있을거 같아. 당장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니지 싶어. 동기들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짬짬이 많이 웃으면서 보내길 바래. 오늘은 여기까지. 사랑해 아들!!

2021. 7.

아빠가.

아들에게, 여섯번째 편지. 아들에게, 어제는 너랑 세번째 통화를 했구나. 통화가 거듭될수록 네 목소리가 밝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총기 분해가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좀 속상할 수 있다만, 너가 말한대로 시간의 문제인지라 아무 문제 되지 않을거야. 어린날에 자전거나 수영 배울때랑 비슷해서 처음은 좀 까다로워도 한번 익숙해지면 아무 문제되는게 아니니 걱정마라.ㅎㅎ 할아버지,할머니, 성구 삼촌까지 한번에 다 통화가 된 모양이더구나. 할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시더라. 닭요리와 계란찜이 정말 자주 나오는가 보구나?ㅎㅎ 아빠가 군생활 할땐 한달에 한번 나오는 닭튀김이 엄청난 특식이었는데 ㅋㅋ 이젠 지겹도록 나온다니 한편으로 다행이고, 좀 더 다양하게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구나. 그런데 자대 가면 식사가 지금하곤 또 다를거야. 부대 규모에 따라 다르고. 군대에서 제일 서러운게 두가지 있다. 하나는 배고픈거고, 다른 하나는 잠 못자는거야.ㅋㅋ 배고프지 않을만큼 먹고, 잘 수 있을때 푹자라. 그게 지금 상황에선 최선이지 싶다.(이런말만 해서 미안하다 ㅋㅋ) 이제 편지가 출력되기 시작했고, 오늘(월요일)부터는 너에게 편지가 전달된다고 했지? 아빠가 이렇게 주절주절 떠드는 편지가 너에게 혹시 지루하게 다가오는건 아닌지 살짝 염려도 된다.^^;; 너무 길게 쓰나 싶기도 하고, 너무 자주 쓰나 싶기도 하고. 아주 쬐끔이라도 그렇다 싶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ㅋㅋ 매일 아침 눈떠서 이렇게 뭔가 이야기를 나누면, 군대 가기전 수다떨던 기분도 나고. 아빠는 좋다 :) "밤에 잠들 때는 모든 활동을 그치고 마음의 갈등을 쉬어야 한다. 아침에 깨어날 때는 모든 일에 마음을 쓰며 되돌아 보아야 한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말이야. 너에게 밤이 이랬으면 좋겠구나. 낮동안 있었던 일들, 혹은 군대 밖의 잡생각들, 뭐 그런 마음의 갈등(?) 내진 복잡함들은 다 내려놓고 온전히 잠을 즐기길 바래. 이렇게든 저렇게든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고, 이 편지를 읽는 순간에도 초침은 돌아가니까. :) 엄마는 너 입대 후 하루빼고 매일 아침 아빠랑 걷고 있다. 얼굴에 붓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이젠 제법 쉽게 걷고, 특히 오르막도 별 어려움없이 걷는 정도가 되었다. 악착같이 매일 걸어서 살빠지는 것도 그렇지만 더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될거야.ㅎㅎ 우리 아들도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거라 믿어. 오늘은 여기까지. 사랑해, 태윤아!

2021. 7.12 아빠가.

아들에게, 일곱번째 편지 아들에게, 드디어 어제 첫 야외훈련을 했겠구나? 힘들었지? ㅠ.ㅠ 더위에 약한 너가 가만히 있기도 힘든데, 그 땡볕에 움직이자니 만만치 않았을거 같구나. 어젯밤은 다른 때보다 훨씬 꿀잠을 자지 않았을까 싶네. 쉬는 시간 틈틈히 물 마시고, 세수도 하면서 더위와 훈련에 지지 않길 바래. 그래도 가기전 자전거도 타고 운동도 했던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될거라 여겨진다. 자대에서 하는 훈련은 느낌도 강도도 전혀 달라. 상대적으로 널널하니 이번 훈련소가 사실상 마지막이야. 남은 20일, 마지막까지 잘 해내길. :) 엄마는 드디어 아주 조금씩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제는 저녁에 자전거도 혼자 타고온 모양이다. 오늘 아침 몸무게를 재면서 올해 처음 보는 숫자라며 엄청 좋아하더라. 저울이 그대로 유지되야 할텐데.ㅎㅎ 오히려 내가 살이 잘 안빠지는구나 ㅋㅋ 뭐 지금 몸에 불만은 없다만. 어제 저녁엔 블로그 강의를 했어. 빅사이즈 웨딩드레스 사업을 하는 사람, 공인회계사로 세무법인을 하는 사람, 그리고 좋은사람들 흥신소 하는 사람이 왔었다.ㅋㅋ 빅사이즈 웨딩드레스는 몸무게가 최소 7-80kg이상의 신부들이 입는거라며 사진 보여주는데 기절할뻔 했다.ㅎㅎ 그런데도 사업은 잘 된다고 하니 그저 신기하더라. 좋은사람들 흥신소 사장님은 본인이 쓰는 블로그가 자꾸 불법 키워드를 썼다며 네이버로부터 경고를 받는다고 하더구나. 블로그 10년 넘게 하면서 난생 처음 듣는 말이었다. 도대체 뭐라고 썼길래.ㅎㅎ 세상을 살면 살수록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군대가 가장 그런 곳이기도 하단다. 여러 지역에서 나이도 다르고, 처해진 환경도 다른. 아빠가 강의에서 색다른 사람들을 만나도 별로 개의치 않는건 그냥 나이를 먹어서라기보다 이미 군대부터 시작해서 사회에서 그런 경험을 해온거겠지. 그 시작이 군대였던거 같아. 군대에서 고향이 다르면 조금씩 색깔도 다르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사람들은 각자 중요한 것도 정말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거 같아. 늘 보던 친구들과는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를거야. 그래도 존중해주고,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 이런건 너가 완전 선수지만.^^ 일본에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가 있다. 너가 쇼코의 미소를 좋게 읽었다고 하니 갑자기 생각나더라. 어쩌면 결이 비슷한 책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아빠가 밑줄 그은 부분을 너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 적어본다. 마음으로 조금씩 빛과 바람이 통하여, 기뻤다. -p.31 사랑을 하게되면, 항상 전력으로 질주하는 나지만, 구름진 하늘 틈 사이로 보이는 별들처럼, 지금 같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금씩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p.42 '키친'이란 책에 나오는 문장들이야. 뭔가 사람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 군대에서도 이런 구절 가끔은 마주해야 할거 같아서 적어봤어. 햇살이 뜨거울수록 건강 더 잘 챙겨라. 사랑해, 아들!!

2021. 7.13 아빠가

아들에게 여덟번째 편지 아들에게, 폭염주의보가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우리 아들 더위에도 약한데 잘 버텨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겨울에 가면 추운게 문제고, 봄이나 가을에 가면 제대후 복학 시기가 문제고, 여름은 여름대로 더워서 문제구나. 그런데 나중에 막상 제대해보면 입대 시기는 별로 중요한거 같지 않더라. 되려 제대하는 시기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거 같아. 아마도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해서라기보다는 입대는 이미 벌어진 일이고, 제대는 다가올 일이니 그 중요도가 달라서겠지. 한가지만 꼭 기억해라. 요즘 군대는 옛날같지 않으니 탈진이 오거나, 너무 더워서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면 꼭 조교님에게 말씀드려라. 무조건 참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엄마와 같이 걸은지 2주 정도가 지났어. 참 사람이란 게 신기하다. 처음에 잠실대교 근처까지 가는 것도 버거워하던 엄마가 요즘은 돌아오는 길도 제법 너끈하게, 별로 힘들지 않게 걷는다. 심지어 오르막을 걸을 때도 제법 쉬워보일 정도다. 그러면서 살은 1kg정도 빠졌다. ㅎㅎ 놀랍지? 엄마가 그렇게 적응하는 걸 보면서, 아빠는 너의 훈련 모습도 같이 떠오른다. 제식훈련도, 총기 훈련도, 사실 다 처음인 것들 투성이라 쉬운 게 하나도 없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이게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조차 기억나질 않을거다. 그렇게 적응하고 익숙해질테니 아무 걱정마라. 세상에 존재하는 걱정 중에, 걱정해서 해결되는 건 불과 4% 정도란다. 나머지 96%는 걱정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거지. 그냥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지내길 바란다. 잠시 쪽팔린거지, 영원히 쪽팔릴 일은 아무것도 없다. :) 결국 프로야구는 당분간 중단이 되었다. 올림픽 이후에 재개가 될 모양이다. 형평성 이야기가 나오긴 하던데...확진자가 나온 NC나 두산도 문제지만, 그대로 강행했다면 두산과 NC랑 하는 팀들이 훨신 유리한지라 나머지 팀들의 형평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아빠는 잘 멈췄다고 본다. 덕분에(?) 엘지는 무려 35일간의 휴식이 이어지고 있다.ㅋㅋㅋ 새로 시즌을 시작하는 상황처럼 될거 같다. 그 사이에 형종이랑 주현이, 천웅이가 다 살아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구나. 누군가에게는 경기 감각을 잃을 수도 있는 시기지만, 또 누군가에겐 다시 한번의 기회가 될거 같기도 하다. 늘 세상은 이렇게 두가지 양면이 존재한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이 구절 기억나니? 아빠 사무실 벽면에 크게 써놓은 김종삼 시인의 '어부'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야. 지금 너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르겠구나. 이미 훈련소에서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 될거야. 힘들고, 덥고, 악조건 속에서도 때론 동기들과 웃고 떠드는 그 시간도 잘 즐기길 바래. 오늘은 여기까지. 사랑해, 아들!

2021. 7. 14 아빠가

아들에게, 아홉번째 편지 아들에게, 덥지?^^;; 열대야도 장난 아니고, 폭염도 엄청나네. 하여간 중간중간 물 잘 마시고, 잘 쉬면서 보내도록해. 여긴 폭염에 코로나 확진자가 1600명대가 나오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난리가 아니지 싶다. 확진자가 2천명이 곧 넘을거란 이야기도 솔솔 나오는구나. 이제 끝나가나 싶었는데, 진짜 시작도 안했던거였다. NC 다이노스 확진자와 술판을 벌인(그것도 외부 여자 두명과 함께) 선수들의 실명이 공개되었다. 박석민,박민우,이명기, 권희동이란다.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인가봐. 단순하게 생각하면 치킨과 맥주 마신게 전부인데, 사적모임도 안지키고, 뭔가 거짓말도 하면서 사안이 심각해보인다. 당연히 박민우는 국가대표에서 물러났다. 이거 좀 웃긴 이야기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남자가 인생을 살면서 정말 주의해야할 두가지가 바로 '술과 여자'다. 둘 모두 너에겐 전혀 문제될게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차하는 순간에 실수도 하는법이니 늘 잊지마라. 박민우는 FA대박을 앞두고, 국대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일단 FA는 내년으로 미뤄질테고, 징계 수위에 따라 대박은커녕 부실한 계약을 할지도 모르겠구나. 뭐한말로 무조건 50억 이상은 확보하는거였는데.....맥주 한잔에 수십억을 손해볼지도 모르겠구나. '보고싶다' 아빠는 이 말을 어릴 때 잘 믿지 않았다. 20대에도 여전히 믿지 않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너가 태어나고, 너가 동해에 할머니랑 지내게 되면서 이 말을 비로소 믿기 시작했다. 얼마나 간절한 단어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된 이 말이, 요즘 또 종종 떠오르는구나. 보고싶다 아들아. ^^ 난 살면서 너때문에 새로 알게되는 것도 많고, 배우는 것도 참 많다. 참 신기한 일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더 많은 걸 너로 인해 깨닫고 배우고 그럴거 같다. 잘 부탁한다. ㅋㅋㅋㅋ 더캠프 어플을 보다보니, 전역일 계산기라는게 있더라. 눌러봤다.ㅋㅋㅋ 남은 날짜도 보여주지만, 그보다 지금까지 몇 %를 보냈는지도 보여주는데, 넌 3.3%를 했더구나 ㅋㅋㅋ 은근 놀랐다. 날짜로 생각하면 멀어보이는데 %로 따지니 왠지 벌써 많이 한거 같구나. 그렇게 1%씩 없애면서 앞으로 나아가보자. ^^ 우리 이렇게 정신승리하다보면 곧 끝날거다 ㅋㅋ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는 거 같아. 지가 맛있는 걸 먹는 게 제일 행복한 사람, 혼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은 너. 남들이 행복하게 먹는 걸 보는 게 더 행복한 사람." 슬의생에서 채송화가 정원에게 했던 말이야. 정답은 없는거 같아. 난 너가 이 세가지를 모두 경험하면서, 다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구나. 마음 건강한 날들 보내라. 사랑한다, 아들 :)

2021. 7.15 아빠가

아들에게, 열번째 편지 아들에게, 잘잤니?^^ 아빠가 매일 편지 쓰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오전 8시 30분에서 40분경 쓰는지라, 이 시간이면 너가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하루 훈련이 막 시작될 쯤이란 생각이 드는구나. 어제는 일산에서 학원하는 아빠 친구랑 통화를 했는데, 그 친구 조카도 어제 논산으로 들어갔다더라. 너보다 한살 많은 친구인데...집에서 워낙 말이 없나봐. 더캠프도 모르고 드라이브스루도 모르는^^;; 그래서 어제 알려줬더니 친구가 좋아하더라. 알려주고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벌써 너에게도 후임병 내진 뒤로 들어오는 친구들도 생기기 시작한다는...ㅎㅎ 아빠 블로그가 드디어 누적 1억명을 넘어섰다. 내가 알기론 우리나라에서 6-7번째쯤 되는걸로 안다. 여튼 아빠에겐 기분좋은 일이란다. 굳이 비교하자면, 너가 서울대 들어간 자체가 마지막 퍼즐은 아니고 좀 더 좋은 퍼즐을 위한 단추인것처럼, 아빠에게도 1억이란 숫자가 마지막은 아니고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주지 않을까 싶다. 뭔가 이벤트를 하나 하고싶은데, 코로나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좀 호전되면 늦더라도 그때 할까 생각중이다. 그러면서 두번 알릴수도 있을거 같고. 꼬박 12년 6개월이 걸렸더라. 아빠 인생에서 뭔가를 10년 넘게한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지 싶다. 그런데 보통 그게 어떤 경우에라도 어떤 한 분야에서 제대로 인정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10년 정도인거 같아. 어제가 목요일, 혹시 친구들하곤 통화 잘 했어? 평소같았으면 너가 깔깔거리며 진우의 반응도 준원이의 반응도 다 얘기해줬을텐데...궁금하구나. 이렇게 두명만 했을지, 아! 선규도 했을거 같고. 아무리 생각해도 군인들에게 휴대폰을 사용하게 해준건 신의 한수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편지와는 또 완전 다르기도 하고, 일방적이고 폐쇄적이기만 하던 군 생활에 그나마 실낱같은 숨통처럼 느껴진다. 뭐든 당사자가 돼봐야 알 수 있는거 같아. 처음에 군대 휴대폰 얘기 나왔을때는 어?? 했었는데. 내 아들이 군인이 되고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구나 ㅎㅎ 아빠가 금연을 한지, 거의 1년이 되어가고 있어. 보름만 있으면 딱 1년이 되는거 같아. 30년을 피다가 어느날 갑자기 끊었는데...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말이지. 거짓말처럼 해내고 있구나. 그때 너가 해줬던 말이 아직도 생각나. 중간에 실패하면 또 도전하면 된다고. 한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난 뭔가 한번에 해내려는 모습을 너에게도,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게 은근 부담이었는데...너가 날 편하게 해주었고, 결국 그 말로 인해 오늘까지 온거 같아. 이젠 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거의 99%는 성공한거 같아. 너가 내게 해준 말 그대로, 너의 군생활도 그랬으면 좋겠어. 한번에 뭐든 잘하지 못하더라도, 또 도전하고 시도하면서 그렇게 말이지. 어제는 오후 늦게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진 후, 폭염이 아주 살짝 진정이 된 느낌이야. 군에선 다른거 없어. 무조건 건강해라. 그게 최선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2021. 7.16 아빠가

아들에게, 11번째 편지 아들에게, 하루 중 언제가 제일 좋아? 잠자는 시간, 법먹는 시간, 훈련받는 시간, 잠시 동기들과 수다떠는 시간, 샤워하는 시간, 정말 어쩌다 잠깐 휴대폰 보는 시간. 생각해보면 크게 이런 정도로 나뉠거 같구나. 내 생각같아선 압도적으로 잠자는 시간이 제일 좋을거 같긴한데. 아닌가?ㅎㅎ 자대에 가도 이와 비슷한 루틴이 될거라 생각해. 다만 훈련받는 시간이 너가 맡을 보직에 대한 업무 보는 시간으로 바뀌겠지. 왜, 그런거 있잖아. 재수할 때도 공부할거 다하면서도 드라마도 보고 프로야구도 봤던 것처럼, 군대라는 공간도 똑같은 시간이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각자 그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은 서로 다른거 같아. 훈련소에서부터 생각할 문제는 전혀 아니고 ㅎㅎ 나중에 기회되면 주어진 시간에 대해 한번쯤은 꼭 정리해보렴. 신경림 시인의 동해바다라는 시에는 이런 말이 나와.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군에 있다보면, 사실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작은 일이 굉장히 커보이는 때가 있고, 반대로 아주 큰 일도 덤덤하게 다가올 때가 있곤 한거 같아. 뭔가 너무 자잘한 일에 많이 신경쓴다는 생각이 들면 늘 큰 흐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래. 사실 이런 부분은 너가 평소에 너무 잘하는 부분인데, 군대라는 환경이 너무 긴장하게 만들수도 있는지라. 꼭 다시 한번 환기시키길 바래. 세상에 대부분의 일들은 별거 아닌 일들이 다반사야. ㅎㅎ 다만 눈치껏 주변 사람들에게 긴장한 척, 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되는거 같아.(세상은 때때로 남들이 그래주길 원하니까.) 하지만 네 마음은 늘 유연하고 넉넉하길 바래. ^^ 어제는 엄마랑 한강을 걸으면서 정말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어. 한강공원에 있는 모든 의자를 테이핑을 했어. 사건현장에 치는 그런 테이프로 의자를 칭칭 감아놨더구나. 헐...아무도 앉지 말라는건데...굳이 이렇게까지 하는게 맞나 싶더라. 코로나가 정말 겁나게 심각하긴 한가봐. 다만 확진자는 엄청 늘어나도 사망자 소식은 거의 없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어제 의자를 보면서 막 흥분하는 시민들이 제법 있던데, 오늘 과연 테이핑이 멀쩡할지 이미 다 파손됐을지 궁금하구나. 난 테이핑 없어졌다에 한표 ㅋㅋ 아, 더캠프에 사진이 또 올라왔더라 ㅋㅋ 이번에는 각 소대별로 생일자가 있었나 보더구나. 매번 엄마는 정말 엄청난 속도로 널 찾아내더라.ㅎㅎ 지난번도 이번에도 오른쪽 제일 끝에서 찍었던데. 두번 모두 얼굴에 살짝 미소를 짓고 찍었더라. 군대란 곳이 늘상 미소지으며 보낼 수 있는 곳은 아니겠지만 사진에서라도 좋은 표정을 보니 안심도 되고 기분도 좋더라. 실제로도 잘 지내는거 맞지?^^ 아빠가 입대전부터 늘 하던 얘기 잊지마라. 고민이 생기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꼭 말해줘. 꼭 :) 별거 아닌 상황에서 빠르게 해결하는게 가장 좋은 법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쓰마. 더위 잘 이겨내고, 마음 건강하고.^^ 사랑해 아들!

2021. 7.17 아빠가

아들에게, 12번째 편지 아들에게, 어제도 잠시 목소리 들어서 좋았어.^^ 어느덧 네번째 통화를 했구나.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그냥 엄마 아빠한텐 어제처럼 짧게 해도 괜찮으니까 전화하고 싶은데 있으면 너무 신경쓰지말고 그냥 해 ㅎㅎ 어제 너가 우진이랑 통화했단 소리는 다소 뜻밖이었다.ㅋㅋ 진우도, 준원이도, 심지어 선규도 아닌? 그래서 아빠가 엄마에게 나의 추론을 말해주었다. 아마도 우진이가 인편에 기여한 공로가 커서 가장 먼저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싶은 ^^ 아닌가? 아님 뭐 그냥 다른 애들하고 바로 연결이 안되었거나. 사람이란 게 참 신기해서, 늘 붙어있을때도 참 좋지만 막상 떨어져서 지내보면 더 생각나고 그런 친구도 있곤해. 스타일의 문제이기도 하고. 여튼 너의 6인방들이 더 단단해지는 시기가 될거라 믿어. 어제 급하게 통화하느라 제대로 들은건지 모르겠는데, 너무 더우면(아마도 30도가 넘으면?) 실내에서 훈련한다고 했던거 같은데 맞나 모르겠네. 그나마 다행이다. 더위에 취약한 울 아들에게 ㅎㅎ 엄마가 계속 걱정했거든. 너무 더운데 이런 날 훈련못하지 않냐고....오히려 엄마 생각이 절반쯤 맞은거네. 군대든 뭐든 다 세월에 맞게 변화하는건가봐. 이렇게 연속해서 누군가에게 계속 편지를 쓰는 건, 내 인생에 두번째야.ㅎㅎ 첫번째는 당연 엄마에게 그 옛날 군에 있을 때든, 연애할 때든 제법 자주 썼었고, 그리고 이젠 아들에게 이렇게 쓰고 있네. 어쨌거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두 사람이란게 이런걸로도 증명이 되는구나 싶다. 엄마는 아빠 편지를 참 좋아했었는데 ㅋㅋ 예전에 한번은 엄마가 아빠한테 답장을 했는데, 자대에서 훈련중이었어. 일단 편지를 받아 군복 바지 주머니에 넣고 저녁에 읽을려고 펼쳤더니 글씨가 전부 번져있는거야. 땀에 완전히^^;; 수성펜으로 썼었나봐. 그래서 결국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넘어간 편지도 있었어. 물론 엄마 기억력에 내용도 잘 기억안난다고 하고 ㅋㅋ 요즘은 종이 편지가 흔치 않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나랑 비슷한 일 생기면 바지가 아니라 상의 주머니에 편지를 접어서 넣도록 해.^^ 사실 넌 내 블로그도 가끔은 보는지라, 글로 만나는 아빠가 어색할거 같진 않다만 그래도 이렇게 매일 편지를 받는건 또 다르지 읺냐?ㅎㅎ 자대는 주로 통화를 하니 편지를 지금처럼 할거 같진 않고, 여튼 아빠 인생에서도, 너의 인생에서도 이 편지들이 의미있는 추억이 될거라 믿어. 아, 아빠 엄지 손가락 때문에 피부과 다녔던거 기억나? 별 차도가 없어서 어제는 엄마랑 같이 고운세상 피부과에 갔었어. 우와~~ 의사가 이렇게 친절할 수 있구나에 너무 놀랐다.ㅋㅋ 처방전은 동네랑 거의 같았지만, 기분은 완전 다르더라. 첫번째 진료실인가? 어떤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마치 유치원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라.ㅋㅋ 그러면서 또 너 생각이 났다. 제대하면 피부 이쁘게 또 해보자. ㅋㅋㅋ 오늘은 여기까지. 사랑한다 아들!! :)

2021. 7.18 아빠가

아들에게, 13번째 편지 아들에게, "절대로 서두르지 마라" "참아야할 것과 아닌 것을 꼭 구분해라." 군대는 사적 공간이 아니니, 참아야할 일들이 대부분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만 건강과 몸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 팔꿈치가 아프다거나, 어딘가 아플 때는 망설이지 마라. 군에도 의무대도 있고 다 있다. 괜히 이런걸 엄살로 생각하면 어쩌나 하고 너무 걱정하지도 마라. 남들의 오해보다도 더 중요한건 너의 건강이고 너의 몸이다. 이 두가지는 꼭 기억하고 그렇게 해주길 바래.^^ 훈련소에서는 조교에게, 자대에서 혹 이런 일이 생기면 너무 고참 말고 바로 위 선임병에게 물어보면 된다. 어딘가 아픈건 절대로 창피할 일도 아니고 숨길 일도 아니다. 알았지? ^^ 인편 80통,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받았네 ㅎㅎ 그런데 내용이 다 휴대폰 문자처럼 짧은 모양이구나 ㅋㅋ 그렇게라도 안부 전해받으면 안받는 것보단 훨씬 기분좋을거 같아. 아빠 편지가 혹 지루한건 아닐까 염려했는데, 일단 아니라고하니 그렇게 믿고 계속 써보도록 하마 ㅋㅋ 이 편지가 25줄의 제한과 1,500자의 글자수 제한이 있다. 아빠는 이 제한을 보면서 속으로 웃었다.ㅎㅎ 이게 아마도 사람들이 집중력을 잃지않고 볼 수 있는 한도같은걸거다. 네이버 블로그 로직 중 하나가 글자수를 1,500자 정도로 맞히면 검색이 더 잘되는것도 비슷한 이유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자기 소개서나 어떤 글의 형식에서 늘 등장하는게 이 정도 글자수가 아닌가 싶다. 길게 쓰는 사람과 짧게 쓰는 사람이 너에 대한 애정의 문제는 아닐거다 ㅋㅋ 그보다는 평소 글을 쓰는 습관과 글쓰기 근육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평소에 글을 잘 안쓰는 사람이라면 뭐라고 써야할지도 모르고, 쓸 말도 별로 없을거야. 그 이유가 뭐냐면, 평소 글을 자주 써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생기고, 내 생각도 생기거든. 반대로 글을 자주 쓰지 않으면 대부분은 그냥 의미없이 넘어가는게 많단다. 글쓰기 능력은 직장생활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다 비슷한 능력으로 취직을 하지만, 그 안에서 구분되어지는 능력은 결국 글쓰기다. 문서 작성에서, 특히 제안서같은데서 크게 차이가 나거든. 결국 최상위 승진자는 글쓰기 능력으로 평가받더라. 어떤 형태로든 글쓰기 호흡과 근육은 유지해나가길 바란다.^^ 오늘은 여기까지. 격하게 사랑한다! 아들! :)

2021. 7.19 아빠가

아들에게, 14번째 편지 아들에게, 생각해보니 어느덧 20일이 훌쩍 넘었구나. 더캠프를 열때마다 표시되는 시간들이, 훈련소 수료일은 16일 남았다고 알려주고 전체 기간의 4.2%를 해냈다는 것도 알려주고 있구나. 이럴 때보면 우리 속담은 참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 '시작이 반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이런 말들이 너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싶다.^^ 아빠는 돌이켜보면, 훈련소에선 딱히 시간에 대한 생각은 안하거 같아. 별 의미없다고 생각한건지, 그럴 겨를이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같은 공간 속에서 뭔기 빙빙 돌아가는 모습이 때론 진공상태의 우주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때론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었던거 같아. 당시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간간히 웃었고, 간간히 긴장했고, 동기들 몇몇의 웃는 얼굴이 기억난다. 딱히 집 생각은 거의 안한거 같아.ㅋㅋ 아빠가 아는 블로거 동생 중에 한명은 군생활 내내 하루도 빼지 않고 일기를 썼고, 그 일기를 제대한 후에 블로그에 하나씩 올렸어. 어라? 근데 이게 초대박이 난거야 ㅋㅋㅋ 그래서 그 내용들이 책이 되었고, 책도 많이 팔렸어. 그 후로 지금까지도 근 10년 넘게 그 녀석은 아직도 군부대 다니면서 강연하면서 먹고 살아 ㅋㅋㅋ 진정 놀라운 놈이야. 어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뒤집어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든. 누구나 군생활을 기억하지만 디테일은 대부분 무너지는데 반해 그 친구는 세세한 기록의 힘으로 자신을 먹여살리는 직업이 된거지.ㅎㅎ 그 녀석만의 운명이려니 생각들지만, 그래도 기록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는걸 다시 생각하게 되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얼마전 아빠 블로그 1억 축하해주길래 다시 생각났어.ㅋㅋ 80통의 인편, 아마 지금쯤이면 조금 더 늘어났을수도 있겠구나. 대부분은 올만한데서 왔겠지만, 너가 상상도 못했던 친구들도 있지 않아? ㅎㅎ 인편보다 훨씬 어려운 손편지 시절에 생각지도 못한 편지를 받았던 기억이 나. 난 그냥 별 생각없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나에 대한 많은 것들이 진심이었다는 생각에 제법 놀랐었어. 근데 참 사람 마음이란게 신기해. 참 고마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막 좋아지진 않더라고. 다만 그런 인연 속에서 누군가는 또 새로운 친구가 되기도 해. 훈련병 처지에 일일이 답장할수도 그렇다고 전화를 할 수도 없겠지만, 받았던 인편들 잘 모아뒀다가 나중에 자대가서 시간되면 전화라도, 혹은 이메일이라도 꼭 한번 해줘. 정말 고마운 일인건 맞으니까.^^ 오늘 저녁엔 드디어 백신접종 예약을 하게 될거 같아. 그렇게 예약하고나면 한달후쯤 접종하게 될거 같고. 넌 자대에 가야 백신을 맞게 되겠지? 최대한 빠르게,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하고 얼른 코로나가 마무리 되었으면 싶은데...어제 영국 뉴스보니 하루 확진자 5만명이라더라 ㅋㅋㅋ 거긴 마스크도 풀고 자유롭게 하더니만 결국. ㅎㅎ 훗날 뭐가 정답이었는지 알게 되겠지? 제육볶음 반찬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ㅋㅋ 사랑해 아들! :)

2021. 7.20 아빠가

아들에게, 15번째 편지 아들에게, 어젯밤은 엄청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50대 코로나 백신 사전예약이 시작된 날이었거든. 저녁 8시부터 인터넷 예약이 가능했는데.... 땡! 하자마자 들어가니 앞에 대기자가 이미 3만명. 그래도 한시간여를 대기한 끝에 아빠는 고지를 바로 앞에두고 갑자기 혼자 튕겨나가고 ㅋㅋ 엄마는 접속되어 예약진행 중간에 튕겨져 나갔다.ㅋㅋ 다시 하려고보니 앞에 20만명 ㅋㅋ 그래도 그냥 눌러놓고 별 기대없이 기다렸는데 아빠는 밤 11시반쯤 기적적으로 예약 성공! 엄마는 또 다시 튕겨져 나갔다. 그러다 밤 늦게 1시넘어 접속해보니 사람들이 확 줄어서 엄마도 밤 1시반쯤 예약에 성공했다. 이게 뭐라고. 성공하니 괜히 기분이 좋더라 ㅋㅋ 엄마랑 아빠는 8월 중순에 1차, 9월 중순에 2차 접종을 하게된다. 모더나나 화이자로 맞게된다고 하더구나. 9월 중순쯤이면 우리 세식구 모두 백신 접종이 완료되지 싶다.^^ 며칠전에는 아빠 고등학교 동기가 전화가 왔더라. 올해 아들이 보인고에 입학했는데 이제 문이과를 정할 시기가 되었나봐. 혹시 자기 아들에게, 너가 상담해줄수 있냐고 묻더라.ㅋㅋㅋ 그래서 군대갔다고 하니 좌절하더라 ㅋㅋ 그런데 군에 안갔다고 해도, 공부방법 뭐 그런것도 아니고 문이과 진로 문제를 얘기해주는건 쉽지 않은 문제 아닌가 싶더라. 기말고사가 마무리되었다길래 슬쩍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냐고 물으니....제일 잘한 과목이 2등급이고 대부분 3등급 근처라고.^^;; 그냥 별말 안했다. ㅎㅎ 한강을 걸을 때 엄마는 잠실대교에서 조금 더 가면 두번째 편의점이 나오는데, 거기까지 걸은후 쉬고 있으면 난 선착장까지 마저 걷고와서 쉬곤한다. 엄마는 약 9천보, 아빠는 약 1만1천보 정도를 걷는거지. 어젠 선착장을 돌아 엄마에게 거의 다가오는데 혼자 막 웃고있길래 뭐지? 했더니 너랑 통화했던 모양이다.ㅎㅎ 너무 짧아서 그냥 그 상황이 너무 웃겼나 보더라. 수류탄 어쩌고 하다가 끊겼다면서 ㅎㅎ 군인만, 그것도 훈련병만 겪을 수 있는 상황이지 싶다. 앞으로 평생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데 시간을 제한받는다는거, 그리고 그게 때론 1분도 채 안된다는거.ㅎㅎ 그냥 웃기고 재미있는 경험이지 싶다. 아빠가 좋아하는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에서 편지를 쓸 때, 꼭 엽서 한장 크기에 모든 이야기를 다 담아야 해서 늘 머릿속에서 한장 안에 들어갈 내용을 미리 다 계산하고 그려놓았다가 그대로 글을 썼다고 해. 그 글들이 모인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어마어마한 책이 되었고. 너무 지나치게 완벽한 분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얼마나 간절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그냥 너도 재미삼아 1분의 시간동안 무슨 얘기를 할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지 싶다.ㅋㅋ 물론 막 빠르게 말하기 보단, 제일 하고픈 이야기를 ^^ 너에게 편지를 쓰다보면, 아빠의 평소 일상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냥 맨날 쳇바퀴도는 인생 같은데, 편지를 쓰다보니 꼭 그렇지도 않구나.ㅎㅎ 그런점에서 너에게 고맙다.^^ 오늘은 여기까지. 사랑해 아들!!

2021. 7.21 아빠가

아들에게, 16번째 편지 아들에게, 더위도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고, 코로나 신규 확진자도 계속 신기록이라며 뉴스에 나온다. 날씨도 바이러스도 결국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라는 생각은 들면서도, 이젠 좀 알아들었으니 그만 멈추어줬으면 싶기도 하구나. 이 두가지때문인지 요즘 엄마랑 한강을 걸어보면 진짜 사람이 없다. ㅎㅎ 더구나 지난 번 말한대로 한강의 모든 의자들을 앉지 못하게 해놔서 더더욱 그렇고. 일상 속에서 너무나 당연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 하나 둘 사라지는 느낌이 들곤한다. 입대할때만해도, 이제 코로나가 슬슬 풀리는 시점에 들어가는거 같아서 내심 마음이 좀 그랬는데...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해서 4차 대유행이 시작되니 아주 절묘한 시점에 입대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든 저렇든 다 정신승리겠지만. ㅎㅎ 아무튼 너도 좋게 생각하면 좋겠구나. 화생방을 안한다고 하던데? 이것 역시 코로나 때문인가 싶네. 여튼 제일 고생스러운걸 안할 수 있다니 이것도 다 니 복이고 운이다.^^ 여차하면 군 시절동안 화생방을 딱 한번만 하거나 혹은 아예 안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ㅋ 상상도 못해봤고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구나. 사격이야 영점 사격해봤으면, 실제 사격한거랑 같은거고. 이제 큼직한 훈련중엔 실질적으론 행군만 남은거네. 그런데 계속 이렇게 폭염이 지속되면 행군도 축소하거나 건너뛰면 좋겠구나 ㅋㅋ 행군하게 되면 꼭 기억할 것은 단 하나, 수통에 물 잘 채우고 잘 나누어서 마셔라. 중간에 어느 지점에서 물 다시 담을수 있는지 꼭 물어보고 그 지점이전까지 물을 잘 나누어서 마시길 바래. 20km 걷는다고 했던거 같은데...아빠랑 같이 선착장 걷는게 10km정도 되니까. 그 거리를 한번 걷고 점심 식사후 다시 한번 걷는거라 생각하면 될거 같아.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군장의 무게가 만만치 않을거 같구나. 하지만 이미 훈련해봐서 느끼겠지만 동기들이랑 뭐든 다 같이 하니, 그나마 상대적으로 조금은 덜 힘들거야. 이제 훈련소에 있을 시간도 2주도 채 남지 않았네. 마지막까지 힘내자.^^ 군복도 그렇고, 군대라는 곳도 그렇고. 정말 신기한 한가지가 있어. 점점 아무 생각을 안하게 된다는 사실이야 ㅋㅋㅋ 그냥 무념무상 ㅋㅋ 시키는대로만 하게되고(그게 맞는거기도 하고), 점점 생각이란 걸 안하게 돼. ㅋㅋ 그러다 가끔은 현타가 오곤 하는데.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 생각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괜한 걱정같은건 하지 마라. 오히려 군대에서 그냥 그렇게 지내는게 마음 편한 일이기도 하거든. 세상을 산다는 건,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거지만 유일하게 군대는 그런 생각을 가장 적게 하는 곳이었던거 같아. 그냥 생각이 줄어들수록 마음이 건강해지는거라고 믿어라 ㅋㅋ 사고싶었던 바지, 옷, 반팔....이런 모든 게 무색할 정도로 매일 군복을 입고 있구나 ㅋㅋㅋㅋ 나중에 제대하면 미친듯이 이쁜 옷 많이 사줄테니까, 지금은 원없이 군복을 누리길 바래 ㅋㅋ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도 아빠는 널 사랑해! :)

2021. 7.22 아빠가

아들에게, 17번째 편지 아들에게, 어제는 세번째로 군부대 사진이 올라왔더라. 화생방 교육을 실내에서 시원하게 받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도 함께 있더구나. 아, 정말 열심히 너를 찾았으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라.ㅋㅋ 다만 한 훈련병을 보면서, 엄마도 나도 어쩌면 너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ㅋㅋ 어쨌거나 화생방 훈련을 그렇게 하고 넘긴 건 천운이다. 요즘같은 날씨에 가스실 들어가고 뛰쳐나와 눈물에 콧물 흘리는걸 상상만해도 ㅎㅎ 이제와서 말하지만 여드름 있는 친구들이 조금은 더 힘들다.ㅋㅋ 여튼 축하해.^^ 잠실고운세상 피부과를 다시 다녀왔어. 지난번 그 손톱..기억나지?ㅎㅎ 많이 아물긴했는데 뭔가 개운하지가 않은지라 다시 갔어. 지난번 그 의사선생님이 여전히 엄청나게 친절한 모드로 대해주시더라. 보통의 피부과 환자와 달리, 아빠는 진료비가 겨우 3천원 나오는데도 그런걸 보면 그냥 사람 자체가 친절한건 분명한가봐. 속으로 잠시 여러 생각이 스치더라. 누군가에게 친절하다는게 굉장한 감동이란 생각...나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ㅋㅋㅋ 사실 나이를 먹을수록 예전에 비하면 훨씬 덜 까칠하고, 기왕이면 더 친절하게 대하는건 맞지만 그 선생님 정도는 아닌거 같아. 여튼 속으로 반성하고 있다.^^ 36도, 대낮의 더위는 정말 엄청나다. 군에 있는 아들 앞에서 덥다고 말하는건 웃긴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더운건 사실이니까.ㅎㅎ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엄마와 걸었다.ㅋㅋ 엄마가 눈이 휘둥그레지긴 했으나, 아빠가 대안을 제시하자 기꺼이 응하더라. 한강이 아닌 그늘진 뚝방을 여러바퀴 돌았어. 그렇게 만보를 채우고 들어왔는데. 어제 오후 3시쯤 나가니 진짜 아무도 없더라.ㅋㅋㅋ 그런데 한시간쯤 지나니까 사람들 슬슬 나오더구나. 햇살을 바로 받는게 아니라서 걸을만 했어. 엄마는 조금씩이나만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ㅋㅋ 다시 늘지는 않는 상황까지 왔다. 아빠가 부지런히 같이 걷다보면, 더 날씬해질거 같아. 오늘부터 드디어 도쿄올림픽이 시작되는듯해. 보면 볼수록 역대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록될거 같아. 심지어 선수촌에 TV도 냉장고도 없다는 소리에 경악했는데, 일본은 태연하게 쓸거면 돈주고 빌려쓰라고 하더구나 ㅋㅋㅋ 미친놈들. 아빠가 어릴 땐 일본은 곧 미국을 뛰어넘을 나라로 알았는데, 미국은커녕 이젠 우리에게도 점점 밀리고, 변방이 되어가는 느낌이야. 일본이 왜 이렇게 한심한 나라가 되었는지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두가지라고 하더라. 변화를 싫어했다는 점, 그리고 뭔가 변화하려면 너무 복잡한 방식를 거쳐야했다는 점이래. 이건 개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거 같아.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면 안된다는 것, 그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귀찮은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거 같아. 어쩌면 지금 이렇게 인편을 쓰는 것도 어쩌다 통화하는 것도 너무나 큰 변화인거고, 그 변화가 참 고마운 것들이니까. 너도 흥선 대원군이란 농담을 넘어, 쇄국정책이 아닌 늘 오픈 마인드이길 바래 ㅋㅋㅋㅋ 오늘은 여기까지, 사랑해 아들 :)

2021. 7.23 아빠가

아들에게, 18번째 편지(사격) 아들에게, 방금 네 편지를 받았어.^^ 영점사격이 수능채점과 같은 수준의 긴장감이란 말에 일단 놀랬어. 다만 생각해보면, 사격이란게 사람 목숨이 오가는거니 그렇게 긴장하는게 맞다는 생각은 든다. ^^ 너가 긴장했던 세가지 이유와 그에 대한 아빠 생각을 한번 적어볼께.ㅋㅋ 하나, 총소리가 너무너무 크다는 것. 맞아, 거의 천둥 번개가 바로 앞에서 치는 느낌이 들었을지도ㅎㅎ 그런데 두번째 사격할 땐 그 정도로 크게 느껴지진 않을거야. 인간은 뭐든 적응하거든. 소리는 그저 소리일 뿐이니 좀 더 담대하게 받아들여보자. 둘, 총기의 반동이 생각보다 엄청 강하다는 것, 어깨가 살짝 밀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뒤로 확 미는거 같은 느낌 ㅋㅋ 이 조차도 두번째는 조금 다르게 다가올거야. 총소리와 반동은 상상이상이라 놀랐을뿐 이젠 알았으니 기록사격은 많이 다를거야. 셋, 왼손 사격과 눈, 헐 ㅋㅋㅋ 근데 상관없지 않나? 어느 쪽이든 더 잘되는 쪽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면 될거 같아. 야구 선수들도 오른손 잡이가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어. 왼손 타자나 투수가 오른손보다 못하는게 아니고 그냥 다른것처럼, 너도 그냥 그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자,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들.ㅋㅋ 하나, 언제 숨을 참느냐의 문제. 너도 아빠도 우린 다 몸치야.ㅋㅋ그런데 사격은 운동 신경을 발휘하는거랑 많이 다른거 같아. 야구나 수영을 배울 때랑 전혀 다른거지. 사격에서 몸을 쓰는 일이라곤 쳐다보는 것과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건데 이걸 운동이라고 하기엔 좀,ㅋㅋ 결국 사격은 멘탈 스포츠같아. 다만 딱 하나 유의할 점이 너가 편지에 쓴것처럼 숨을 멈춰야 해. 미리부터 숨을 참으면 실제로 사격할 땐 숨을 내쉬면서 실패하게 되더라구. 그냥 숨쉬다가 손가락을 방아쇠에 대고 조준한 다음, 손가락을 당기기 직전에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숨을 멈춘 상태에서 쏘는거야. 그래야 숨을 참을 수 있어. 사실 짧게는 3초에서 길어야 5초 정도야. 다만 숨을 참는 포인트만 잘 찾으면 돼. 꼭 기억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숨을 참는거야. ^^ 둘, 긴장을 안하려고 하면 더 긴장될수도...^^ 긴장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마. 긴장되면 되는대로 그냥 그 상태를 몸에 익히는 쪽이 빠를거야. 우리가 수능 볼 때 긴장되지 않는게 아니라 그걸 극복하면서 시험을 본 것처럼, 사격하면서 몰려오는 긴장을 갑자기 없앨수는 없어. 그냥 즐기란 말은 좀 그런거 같고, 실감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아무 생각말거나.ㅎㅎ *이미지 트레이닝을 미리 좀 해둬. 총소리가 크다는 것과 반동이 심하다는 것, 그리고 당기는 순간 숨 참는 연습까지. ㅎㅎ 다 잘될거야^^ 이 편지는 부록처럼 썼어. ^^ 사랑해 아들!

2021. 7. 23 늦은 오후 아빠가

아들에게, 19번째 편지 아들에게, 엄마는 쇼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고, 아빠는 식탁에 앉아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어. 거실 바닥에는 엄마 요가 매트가 깔려있고(자주는 아니지만 종종하고 있고), 매트 옆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어.ㅎㅎ 요즘 매일 아침 반복되는 우리집 풍경이야. 한달전만 해도, 너가 조금 있으면 눈을 비비며 너 방에서 나오곤 했는데.ㅋㅋ 이제 너가 눈을 뜨는 곳은 군대가 되었구나. 아빠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뭔가 큰게 아니라 아주 소소한 일상들이 군에서 더 많이 생각났었던거 같아. 너가 제일 생각나는건 코인노래방일려나?ㅎㅎ 코노가 아니면 집에서라도 부르던 노래를 거기선 완전히 멈춘건지, 아님 크게는 아니어도 혼자 여전히 중얼거리기는 하는지도 궁금하구나. 자대가 편한 것도 중요하지만, 꼭 노래방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다 싶어. 이제 열흘뒤면 벌써 수료식이네. 군대에서의 첫 단계가 곧 마무리되겠구나. 어떤 자대로 가게될지 ㅎㅎ 사실 편한 부대와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할 수는 없는지라, 상대평가는 사실상 힘든거 같아. 그냥 너만의 느낌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하게 될거 같아. 일단 17사단은 최전방은 아니니 1차적으론 다행인거고, 집과 물리적인 거리도 강원도나 전방보단 훨씬 가까우니 그것도 일단은 좋아보인다. 휴가 때 1-2시간 차이는 굉장히 크거든^^ 이렇게 훈련소에서의 시간처럼, 그 이후의 시간들도 지나놓고 보면 그렇게 느리지만은 않을거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주 가끔은 누군가의 인편을 조교가 공개적으로 읽어준다는 말도 있던데...뭐 보통은 여자친구의 편지로 장난칠거 같긴 하다만, 어쨌거나 가끔씩 내가 쓰는 말들이 제3자가 보거나 들을 때 불편하진 않은지도 아주 쬐끔은 생각하면서 쓰고 있어.(물론 90% 이상은 원래 아빠 마음대로 쓰는거고 ㅋㅋ) 너가 보내준 편지는 엄마가 냉장고에 떡하니 붙여놨다.ㅋㅋㅋ 알지? 엄마가 애정하는건 그렇게 냉장고 벽에 잠시 머무는거.ㅎㅎ 엄마는 연신 화생방을 안해서 너무너무 다행이라며 좋아하는구나. 기왕에 이렇게 된거 행군도 안했으면 좋겠다고 ㅎㅎ 그런데 워낙에 폭염이 지속되니 여차하면 행군도 생략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나중에 통화하게 되면 행군은 어찌되는지도 꼭 말해주렴. 어제는 아빠가 사격에 대해서 따로 편지를 썼는데, 숨쉬기의 요령도 그렇지만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은 사격 잘하든 못하든 큰 문제 아니니 스트레스 받진 말라는 뜻이야. ^^ 노력하는 태도는 필요하지만, 잘 안된다고 해서 좌절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사람은 각자 잘하는 게 다들 다른거니까. 미친듯이 사격을 잘하는 애가 있는가하면, 수학 문제가 더 쉬운 사람도 있고. 운동보다는 노래가 더 좋을 수도 있는것처럼. 인생을 살아보니 뭐든 다 잘하는건 불가능한 일 같아.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부분을 집중하고 발휘하는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더 크게, 더 넓게 보는 기회로 생각하길바래^^ 오늘은 여기까지. 사랑해, 아들!(이렇게 편지할 때 원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쓰는거야 ㅋㅋ)

2021. 7.24 아빠가

아들에게, 20번째 편지 아들에게, 잘잤어? :) 사람이 습관이 되는데 필요한 시간이 보통 3주 정도래.이제 한달이 다 되었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건 어느 정도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다만 군대란 곳이 쬐끔 아쉬운 게 일요일 날 하루쯤 좀 늦잠자게 해주면 좋을텐데.ㅋㅋㅋ 나중에 휴가 나오면 그때 늦잠의 즐거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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